[2021.10.22] 1년 놀아도 안 죽어-띄엄띄엄 제주걷기 16 : 공항 검색대에서 자꾸 걸리는 진짜 문제를 발견
2021. 10. 23. 13:23ㆍ별 일 없이 산다
- 잠시 부모님 댁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아마도 제주에 거처를 두는 동안 육지에 다녀오는 마지막 여행이 아닐까 싶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연필 깎는 칼이 매번 걸려 올 한 해 구입한 칼이 아마도 평생 구입한 횟수보다 많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엔 미리 칼을 빼두고 재차 확인까지 하고 길을 나섰는데도 공항 검색대에 걸렸다. 이번엔 별일 없겠지, 엄청 자신감 있게 통과했는데 말이다.
'가방 잠시 확인하겠습니다.'라는 공항 직원의 말에 '칼은 없을 텐데요?'라고 답하니,
'금속 재질의 긴 칼 모양 물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필통을 열어주시겠습니까?'
아!! 자였다. 그동안 이 금속재질의 얇은 15센티 자 때문에 플라스틱 커버에 연필만 깎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 치명적 상해를 입히기에는 부실한 칼날의, 그리고 눈썹 칼과 함께 대부분은 통과가 되었던 문구용 칼을 매번 뺏겼던 것일까? 과연 이 엉뚱한 녀석 때문에 그동안 계속 검색대에 걸린 것인가?
잠시 멈춤. 이 짧은 순간이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에 던진 수많은 질문들에 어찔해진다.
'네, 가셔도 좋습니다.'
문제인 줄 알았던 것이 문제가 아니라, 엉뚱한 다른 것이 진짜 문제였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이래서 말이지, 무슨 일을 하던지 진짜 root cause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 그러고 나니, 이렇게 공항에서 압수된 물품들은 어떻게 처리가 되는지 궁금해졌다. 잠시 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재미있는 사진. 리투아니아 공항에서 압수품으로 트리를 만들어 전시했다.
출처: https://newsis.com/view/?id=NISI20191219_0000449814 공항검색대 압수품으로 만든 리투아니아 공항 크리스마스 트리
* 세관에 압수당한 명품백 어디로 가나? (이데일리 2021.10.23)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918806602808920&mediaCodeNo=257&OutLnkChk=Y
* 세관, 압수품 이렇게 처리되는구나 (마이더스 2014년 12월호)
http://www.yonhapmidas.com/article/141207220906_842938
* 면세한도 초과 압수품, 보관기간 만료일 '문자 서비스' (조세일보 2011.11.14)
http://www.joseilbo.com/news/htmls/2011/11/20111114127047.html
* 불법, 24시간 감시 중 - 인천공항 세관에 쌓인 압수, 유치품들 (조선일보 2018.8.12)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2/2018081200533.html
공항에서 압수된 물품은 분류기준에 따라 공항에서 폐기처분 되기도 하고, 세관으로 보내져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공매 등을 통해 처분 또는 (아깝지만) 폐기 처분하고 수익은 압수품 보관, 관리 또는 관세 충당하는데 쓰이거나 기부를 하기도 한단다.
2019년도 기사를 보면, 최근 국민들의 자진신고율이 매우 높아졌는데 그 이유로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장녀 조현아씨가 명품 밀반입으로 인해 상당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을 들고 있었다. 그녀가 밀반입은 불법이다, 라는 인식을 증진시키는데 기여를 한 모양이다. - 올 한 해 지방에서 살다보니 도시-지방 격차를 정말 심각하게 느낀다. 특히 지방의 고령화는, 내가 젊은이라도 직업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겠다 싶지만 너무나도 심각하다. 제주의 외진 곳을 다니는 지선버스를 타거나, 영광군내 버스를 탈 때마다 그런 생각을 더 진지하게 하게 된다. 송구한 상상이지만 이 분들이 다 돌아가시고 나면 이 버스 정류장은 어떻게 될까 ㅜㅜ 사실 거기에는 우리 엄마도 포함되고, 나도 예외일 수는 없는 질문이다.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하루에 두세 번이라도 이렇게 다녀주는 것이 정말 고맙다. 이런 공공 서비스는 수익이 안된다고 때려치우거나 접어버리면 안 될 텐데, 대선을 앞두고 있으니 왠지 마음이 심란하다.
한 시간마다 한 대씩 오는 버스를 타고 부모님 댁으로 가는 길에 저만치 버스 정류장에 짐을 잔뜩 이고 지신 할머니가 버스를 타시려고 손을 흔드시는 것이 보인다. 버스가 섰고, 짐을 싣기 힘겨우실까 싶어서 버스 앞 문쪽으로 가서 도와드리려는데, 할머니가 허리만 약간 굽으셨지 힘이 좋으시다. 그래도 짐을 거들어 드리니, '고맙네 학생!' 그러신다.
음... 학생이라니요. 저는 엊그제 마트 갔다가 '어머님' 소리를 들었는데요. 이렇게 토실토실 아줌마 체형을 하고, 염색을 하지 않아 정수리 머리는 희끗희끗할 텐데, 학생이라니요. 기분 좋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아무리 정정하셔도 노안은 피하실 수 없으셨군요. 어쨌거나 감사합니다. 아... 다시 생각해봐도...학생이라니요. 거의 10년 만에, 아니 15년 만에... 흠... 20년이라고 해야겠구나. 암튼 정말 오랜만에 듣는 옛날 옛적 신분입니다. 엇, 그런데 사실 학생이 맞기도 하다. 나는 사이버대학 3학년 편입생이거든. 중간고사 1시간 남았는데, 시험공부는 안 하고 이렇게 딴짓을 하고 있는 건 진짜 학생 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참으로 철들지 않는, 사실은 평생 학생이고 싶은, 아... 그러고 보니 할머니 말씀이 맞나 보다. 그 짧은 시간에 나를 꿰뚫어 보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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