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5.12] 제주 올레 9길 - 대평-화순 왠일로 한 번에 완주!

2021. 5. 15. 20:15한 걸음 한 걸음

제주 올레 9길은 대평포구에서 시작한다. 올레 8길을 마무리할 즈음,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낸 박수기정을 향해 감동하며 걷게 되는데, 9길은 그 박수기정 절벽 위로 난 길을 월라봉을 향해 걷는다. 박수기정은 노을이 질 때 아름답다고 하는데, 다음에 언젠가 한 번 해가 질 때를 맞춰 와 볼 기회가 있겠지.

 

올레 9길은 월라봉과 안덕계속, 진모루 동산을 걷는 길이기 때문에 바다의 풍광은 제대로 볼 수 없지만, 시작점에서는 대평포구의 자갈로 된 해안을 달려드는 파도가 떠나는 길을 응원해주고, 도착점에서는 너른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이 반갑게 환영해준다. 6km의 비교적 짧은 코스여서 한 번에 완주할 수 있었다. 

 

박수기정 소개 

https://www.visitjeju.net/kr/detail/view?contentsid=CNTS_000000000019530 

 

박수기정

대평리에 위치한 박수기정은 중문의 주상절리나 애월 해안도로의 해안 절벽 같은 멋진 풍경을 지닌 곳이다. 샘물을 뜻하는 박수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져 바가지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www.visitjeju.net

 

 

 

대평포구에서부터 시작!

 

 

왠지 바닷길로 쭈욱 걸어야 할 것 같지만 포장된 윗길로 가야 한다. 

 

 

바람에 휘날리는 보리밭은 뛰어들어 뒹굴어보고 싶은 부드러운 이불같다. 

 

 

말이 다니던 길. 

제주 서부 중산간 지역에서 키우던 말을 대평포구에서 원라나로 싣고 가기 위해 이 길을 만들었다고 쓰여있다.

 

 

사유지라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출입금지 - 개조심이라는 말에 왠지 긴장하게 된다.

나는 안 들어갈 수 있고, 안 들어갈 건데 

왠지 개들은 심기 나쁘면 왈왈 짖어대며 저기 의미 없는 대문을 통과해서 뛰쳐나올 것만 같다.

날씬한 사람 두 명은 동시에 통과할 수 있을 것처럼 

뭔가를 금지한다는 안내가 무색하게 너그러운 대문이다. 

 

여기서도 직진하지 않도록 정신 차려서 오른쪽으로 길을 잘 찾아들어야 한다.

 

 

올레 9길은 말이나 소를 만나도 놀라지 말라는 안내가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군데군데 이런 곳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부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동굴을 몇 개 만날 수 있다.

 

 

정신 차리고 파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걸어야 한다. 

계단으로 내려갈 뻔했다. 

 

 

 

긴 능선을 이룬 야트막한 지형이라는 의미에서 '진모르 동산'이라고 불린단다.

근처에는 아래쪽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바위를 정으로 뚫어 만든 수로가 있다 한다.

 

 

걷기 힘들지 않은 편안한 비탈의 언덕이다. 

멀리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도 보이고,

바람이 지나가는 나뭇잎 사이 듣기 좋은 소리가 끊임없고, 

이 동네 공기는 왠지 다른 동네보다 30% 정도 더 여유롭게 느껴져 

발걸음이 그만큼 느려진다. 

 

창고천 다리에서 중간 도장 찍기! 

이런 작은 성취감이 일상에 주는 경쾌함이 크다.

 

 

가지런히 잘 정리된 마늘밭이 이 동네를 걷다 보면 자주 만난다. 

코로나 때문에 농촌 수확기에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는 기사가 떠오른다.

제주에 얼마나 오래 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귤이건 마늘이건 양파 건 일을 좀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가

엄마 작은 텃밭의 방울토마토 심는 것도 안 도와드린 주제에...

자격미달에 민폐가 되겠다 싶다.

 

 

바위틈에서 솟는 물로 생활용수도 하고 넓은 논을 개간하기도 했다 한다.

이를 기념하는 비석이 있고,

 

이 비석을 왼편에 끼고 고개를 들면 대로가 나오고 거기서부터는 화순 해수욕장 가는 길이다.

올레 9길이 끝나고 10길이 시작하는 곳에서 올레 안내소가 반갑게 맞아주고 

하루 만에 완주한 몇 안 되는 올레길이라 더욱 뿌듯한 마음으로 도장을 찍는다. 

 

 

 

주로 해안에 조성된 올레길에서 파도소리를 동행 삼아 걸었다면,

제주 올레 9길은 숲과 언덕과 보리밭을 가르는 바람이 친구가 되어준다.

 

땀이 흐를 정도로 가파른 곳도 있고 태양도 뜨겁지만

그렇기에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더 반가운 길이다. 

 

박수기정을 잘 담아낸 도착지점 올레 도장도 매우 마음에 들고. 

기분 좋은 작은 성취감을 주는 올레길에 늘 감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