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5.10] 제주 올레 8길 나머지 완주 - 베릿내 오름 뺑뺑이

2021. 5. 11. 01:37한 걸음 한 걸음

이것은 나만의 경험이었을까? 정말 궁금하다. 제주 올레 8길의 베릿내오름을 두 바퀴 넘게 돈 것 같다. 내려가는 길을 놓쳐서 말이지. 또 멍하니 정신 놓고 걸었던 탓이긴 한데, 미리 지도를 봐 두었기 때문에 베릿내 오름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두 바퀴 넘게 뱅뱅 돌았고, 특히 전망대는 근처는 대체 몇 바퀴를 돈 걸까. 당황스러웠다.

 

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하시던 어느 할아버지 올레꾼은 내가 자꾸 나타나자 무슨 일인지 물어보시기까지 했다. 내가 방향치, 길치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정말 나만 겪은 일이었을까? 다들 다 한 바퀴만 돌고 무사히 내려오시는가요?

 

하지만, 마냥 헛수고, 시간낭비는 아니다. 베릿내 오름에서 보이는 한라산 풍경도 아름다웠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지만 울창한 숲길을 걷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암튼, 5월 7일 절반만 걸었던 제주 올레 8길 나머지를 완주 했다. 전체 길이가 19.6km이고 소요시간은 5-6시간이라는데, 나는 절반을 걷는데 4-5시간이 걸렸다. 다들 진짜 5-6시간 만에 19.6km를 걷는 걸까? 

 

 

중문 관광단지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근사한 바다가 곧 나타난다.

 

 

This is living. 코로나 맥주협찬인가보다.

코로나 때문에 애꿎게 피해를 입은 기업 중 하나가 일 텐데... 이 기업도 참 안됐다.

그러나 코로나, 코로나 ㅠㅠ 

당분간은 보고 싶지가 않다 ㅠㅠ 

 

 

중문 관광단지 카페를 통과해서 나오면 리본이 하나 무심하게 달려있다. 

이런 갈림길에는, (나 같은 사람은) 화살표가 필요하다. 

마린 스테이지 쪽으로 가야 하나, 아님 엘마리노 뷔페일까.

후자 쪽으로 가야 한다.

 

조금 더 가도 리본이나 화살표가 보이지 않아 조마조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른쪽 뷔페 길로 가야 한다. 

리본은 곧 나온다.

 

나 같은 사람은, 왜!!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면서도,

화살표가 계단 가까이 서있기 때문에, 심지어 리본도 함께 계단 쪽에 있으니

계단으로 올라가는 걸까?

 

한참 올라가서 우연히 뒤를 돌아보다가 

올레 리본을 다른 방향에서 발견하고 다시 내려온다. 

 

 

자, 드디어 베릿내오름.

여기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면 된다는 거 알고 올라갔다.

그러나 정신을 놓고 멍하니 걸으면 

당신도 어쩜 나처럼 내려오는 길을 놓치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뱅뱅 돌 수 있으니

정신줄 잡고 오르셔야 한다.

 

 

구름이 많지만, 해가 눈이 부셔 선글라스가 필요한 하루였다.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한라산은 정말 다양한 녹색을 가지고 있다. 

 

 

베릿내 전망대

 

 

나는 화살표대로 걷는다고 생각했는데, 뱅뱅 돌았다.

 

 

그리고 나서 이 화살표를 찾은 거지. 이 화살표를 못 보고 쭈욱 진진하면 또 뱅뱅 돌게 된다.

 

 

이 곳이 중요하다.

화살표대로 따라가면 또 한 바퀴 돈다.

 

올라온 길을 기억해서 잘 내려가야 한다.

망신스러운 일이 하나 생겨서 마음 수습이 잘 안되어 

넋 놓고 걸었더니...라고 핑계를 대고 싶은데, 

 

사실 올레길에서 헤맨 것이 한두 번은 아니다.

 

 

 

여기로 올라왔으니 여기로 내려가야지. 

정신 차리자.

 

 

화살표 화살표! 

나는 반대로 걸으니 녹색 화살표를 따라가면 되는데, 

어려운 일이 아닌데,

왜 나는 이리 길을 헤맬까.

 

 

주상절리 관광안내소에서 중간 도장을 찍는다. 

 

 

풀을 베는 시기인가 보다. 

풀 비린내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온다. 

 

 

대포항 

 

 

여기도 어려웠다. 

리본이 오른쪽에 서 있으니, 오른쪽으로도 가고 싶고, 

주황색 화살표는 또 저기 저쪽 벽에 붙어 있으니 왼쪽으로도 가고 싶고 ㅠㅠ

지도 앱을 켜고 방향을 확인하고 다시 걷는다. 

왼쪽 길로 가야 해.

 

 

날은 흐려도 운치 있게 걷기 딱 좋은 날이다. 

 

 

조금 험한 길도 통과해야 하는데, 짧은 거리라 어렵지는 않다.

베릿내오름 뺑뺑이만 한 것은 당분간 없을 거야, 적어도 오늘은 없어야 한다.

 

 

약천사가 보인다.

 

 

여기서도 어려웠다. 

좁은 길로 올라가야 하는데, 표지판에 설명이 되어있지만

리본과 화살표에 중독이 되어서 왠지 망설여졌다.

 

여기에 리본이 하나 있음 좋겠다.

 

 

그리고 귤 하우스 농장을 여럿 지나고, 조용한 동네를 통과하면

드디어 월평 아왜낭목 쉼터 시작점이 나온다.

 

 

그런데 아왜낭목은 뭘까?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천천히 걸어서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올레 8길 완주로 뿌듯하다.

 

올레 리본과 화살표, 안내판과 좀 더 친해져야겠다. 

올레길을 헤매고 싶지 않다, 싶으면서도 

헤매는 길 조차 아름다우니 감사하다.

더 겸손하게,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며 걸어야겠고, 또 그렇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