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5. 09:37ㆍ한 걸음 한 걸음
어제 제주 올레 7길의 감동이 있어서인지 - 특히 법환포구 쪽이 참 마음에 들었었다. - 오늘 아침은 올레 5길을 올까 7길을 다시 갈까 살짝 고민이 있었다. 그래도 새로운 길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을 가지고 숙소에서 510번을 타고 남원포구 시작점으로 향했다.
제주 버스 대중교통에 대해서는 점점 감동과 고마움이 쌓이고 있다.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은 걱정을 안 해도 되겠고, 그 외 거의 대부분 내가 다니는 길은 5명 미만의 손님을 태우고 버스가 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돈 계산을 안 하고 다니는 사람이라 해도 몇 번 버스를 이용하다 보면 수익성에 대한 질문이 생기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지에 거주하는 도민과 여행객까지도 살뜰히 챙기는 마음, 나의 이동권이 존중받는 그 느낌이 좋고 감사하다. 물론 버스 업체와 정부지원 등등 여러 면을 자세히 살펴봐야겠지만, 일단 이용자로서 1차적 판단을 해보자면 좋다는 얘기다. 생각난 김에 검색을 해보니 이런 기사도 있네.
http://www.medi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172857
“대중교통 이용자수 늘수록 보조금 지원 증가, 개선 시급” - 미디어제주
제주도내 대중교통 이용자수가 해마다 늘고 있음에도 버스업체에 대한 손실보상금 등 재정 지원 규모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보조금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제주발전연구원 손상
www.mediajeju.com
암튼 무사히 510번을 타고 남원포구에서 내린다. 중문관광단지에서 50분 정도 걸렸다.
저기 위미 동백나무 군락지가 중간 도장 찍는 곳인데, 나는 또 정신 놓고 해변 따라 걷다가 중간 도장 찍기를 놓쳐서 다시 되돌아 가야 했다. 가지 말까, 갈까, 고민이 안될 수 없다, 올레 패스포트 도장 찍는 재미를 안다면 말이지.
올레 5길 안내소에 도착해서 걷기를 시작한다. 올레길을 다니다 보면 화살표에 민감해진다. 저렇게 너무 가까이서 반대방향을 가리키고 있을 때의 모순적 상황에서는 이제 당황하지 않고, 어디로 가도 길이 만나나 보다, 생각하면 된다. 아니면, 올레길 걷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따라가도 좋은데 후자의 경우 낭패 본 경험이 제법 있다.
올레길을 걸으며 나의 방향치, 길치 수준에 대해 처절하게 깨달았고, 겸손히 살아야겠다는 생각 많이 한다. 휘날리는 리본이 있고, 화살표가 있는 길도 헤매는 인간인데, 그나마 여기까지 큰 사고 겪지 않고 인생의 길을 잘 다독이며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암튼, 올레 5길 출발!
남원포구를 걷는다. 날이 흐리다. 비예보가 없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리고 남원 큰엉 도착. '엉'은 바닷가 절벽 등에 뚫린 바위그늘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라고 한다.
왼편으로 바닷가 절벽을 끼고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있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인데 눈이 부셔서 썬글라스를 써야 했다.
여기 구멍으로 소가 어슬렁 다니다가 떨어지곤 했다 해서 우렁굴, 쇠 떨어지는 고망이라 불린단다.
여기부터 해서, 큰엉에 오면 꼭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SNS 포토존을 몇 군데 만날 수 있다.
큰엉 경승지를 관광 온 사람들이 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어서
나는 사진 찍기 패스하고 지나갔다.
특히 한반도 모양의 하늘이 보이는 지점은 줄이 길다.
잘 보면 인디언 추장 얼굴처럼 보이는 바위를 찾을 수 있다.
인터넷 검색해보면 저기까지 내려가서 사진 찍는 사람도 있던데
내가 갔을 때는 그런 용감한 사람은 없었다.
(여기 SNS 포토존도 엄청 유명)
상관없이 계속 길을 걷는다.
다각형 주상절리와 둥근 바위와 자갈에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모래사장의 파도소리와는 다르다.
격하게 와 닿아 부딪친다.
여기 태웃개는 산에서 내려오는 지하수가 모여 흘러 바다와 맞닿은 곳인데,
여름에도 엄청 물이 차가워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피서지로 소문이 났다 한다.
그리고, 이 곳이 중간 도장 찍는 동백나무 군락지.
국립수산연구소에서 세천포구까지 해안 따라 걷다가 뒤늦게 중간 도장 깜박한 것을 알고
다시 되돌아 갔다.
이 군락을 이루어 낸 현맹춘 씨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적힌 안내판이 있다.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싶어 검색을 더 해보게 되는데,
https://www.visitjeju.net/kr/detail/view?contentsid=CNTS_000000000021523
할머니에 대한 책까지 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392163
버둑할망 돔박수월
『버둑할망 돔박수월』은 관아의 수탈과 일제의 침략 속에서도 제주도 올레길 5코스의 동백나무 숲을 조성한 제주의 당찬 잠녀, 현맹춘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주의 잠녀 현맹춘 할머
www.yes24.com
기이한 모양의 큰 바위를 기리는 조배머들코지 기념비가 있고.
어찌어찌하여 7km 지점에 도착! 여기서부터는 위미리 시내와 버스 다니는 도로를 지난다.
코업시티 호텔하버뷰는 위미항이 잘 보이는 해안에 멋지게 지어졌는데
주민과 분쟁이 있는지
코업씨티호텔 회장은 주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라는 현수막이 많이 걸려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검색을 해봤는데 호텔 신축 관련한 보도자료 베낀듯한 기사 외에는 나오는 게 없던데...
그리고 거기까지 걷다가 다시 숙소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다리가 너무 아프다.
총길이 13.4km이고 4-5시간이면 걷는다는데, 나는 10km를 4-5시간 걸려 걷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상을 못 걷기 때문에
올레길 하나를 이틀과 심지어 사흘에 걸려 걷는다.
근데, 뭐 어떤가. 급한 일도 없고, 시간도 많은데 지금 이 시간의 잉여를 충분히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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