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 19:09ㆍ한 걸음 한 걸음
암만에서 서쪽으로 약 30km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살트는 도시의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알렉산더 대왕 시절 마케도니아 군대에 의해 세워졌다 전해지고, 이후 여러 제국의 정복과 멸망을 겪으며 흥미로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흔적이 지금껏 도시 이곳저곳에 남아 있는데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 둘러보지 않아도 굽이굽이 좁은 골목길을 따라 조용히 걷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이 좁은 골목길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고 얽혔을까, 생각만 해도 왠지 뭉클하다.
도시에 대한 배경 설명이 조금은 필요하겠기에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한국분이 사진과 함께 잘 정리해두신 블로그를 발견함
https://blog.daum.net/railroad/15654846
https://blog.daum.net/railroad/15654847?category=1116280
그리고 살트의 풍경을 멋진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곳!
http://international.visitjordan.com/Wheretogo/AsSalt.aspx
여기부터는 내 이야기.
크리스마스를 코로나 봉쇄로 집에서 혼자 지낸 다음 날, 모처럼 무려 두 명이나 일행을 동반하여 살트에 다녀왔다. 요르단 대학 앞에서 버스를 탔는데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많았으나 다행히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요르단 친구가 있어서 의사소통이 되니 버스 타기도 수월했다. 친절한 버스기사는 정류장이 아닌데도 우리가 내리기 편한 곳에 차를 세워주셨고. 날이 제법 쌀쌀했지만, 단단히 무장을 하고 갔다. 다만 여름 운동화를 신어서 지나치게 통풍이 잘 되어 발이 시렸다. 요르단에서 이렇게 춥게 지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일단 박물관부터 시작
이 지역은 농산물과 도자기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관련된 유적이 전시가 되어있고, 참고로 박물관은 매우 작다.
다만 위 사진속의 휴게실 (?) - 날이 따뜻하고 코로나만 아니라면 차 한잔 여유 있게 마시고 싶은 공간이었다.
바쁘면 굳이 안가도 무방하다.
살트도 암만처럼 언덕이 많고 집들이 빼곡하다.
지역의 특색을 담은 돌로 지어진 집들은 하늘과 햇볕에 따라 다른 색을 드러내며 도시의 분위기를 바꾼다.
함만 street은 일종의 down town?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대충 이 길을 기억해두며 걸으면 길은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고 이른 아침때문이기도 하고
함만 스트릿을 끼고 크게 형성되어 있는 동네 시장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덕분에 이런 가게 문을 볼 수 있었는데,
암만에서는 볼 수 없는 양식이기도 하고. 약간 탄자니아 잔지바르 느낌도 난다.
창문 같은거 보면 어쩔 땐 유럽식 느낌도 나고,
이런 다양한 건축 양식이 그동안 이 도시가 겪어온 시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저 시계탑을 랜드마크로 해서 길을 요긴하게 잘 찾아다녔더랬다.
이런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이미 이 도시와 소통이 시작된 느낌이랄까.
이럴 때는 혼자서 좀 조용히 걸어야 하는데,
나는 이제 누군가와 동반하는 여행이 어쩔 때는 조금 불편할 때가 많아졌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어느 뒷골목.
그냥 길 따라 계속 걷는다.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하루라서 시간이 멈춰도 좋겠다, 생각했다.
도시가 작고 고풍스러우면서도 구석구석 슬픈 얼굴도 있다.
고단한 삶도 묻어나지만, 화려한 표정도 있고...마다바만큼이나 개성이 있는 도시였다.
이건 파이프 색깔이 너무 예뻐서. 이런 파스텔톤 파이프 처음이고 외벽과도 잘 어울렸다.
그리고 어느 교회를 만났는데, 가방을 뒤적여 보면 이 교회를 소개한 책자가 있을 텐데 귀찮아서 못 찾겠다.
이 교회에는 당시 동굴에 숨어서 모여 기도하고 예배드리던 장소가 그대로 교회 구석에 벽으로 보존된 곳이다.
사람들은 소원을 적은 작은 종이를 접어 동굴 안으로 던지고 기원을 남긴다.
나도 물론 한 장 적어서 깊숙히 던져놓고 왔지.
교회를 둘러보고 나와서 또 걷는다.
이렇게 중심가만 걷다가 돌아가게 될 것 같다.
그래도 이미 뭔가 충만한 느낌.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생오렌지쥬스 한 잔에 5 디나르를 받는, 야무진 곳이다.
현지 친구는 깜짝 놀라며, 너 외국인 있어서 이렇게 파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누구에게나 생오렌지 쥬스는 한 잔에 5디나르라고 한다.
친구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듯이 한동안 씩씩거렸다.
그리고 나서 이 집에를 들어갔는데, 이 곳도 박물관이다.
볼 것이 제법 많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 곳은 되도록 둘러보는 게 좋겠다.
그러나 막상 전시품들은 사진을 못 찍었다.
universes.art/en/art-destinations/jordan/as-salt/abu-jaber-house#c57666
Abu Jaber House (Historic Old Salt Museum), As-Salt. Art Destination Jordan
The finest heritage building in As-Salt from the end of the 19th cent. houses the Historic Old Salt Museum which recounts the history of the city in its Golden Age.
universes.art
이 곳을 나와서 또 걷다가 무언가 오래된 건물을 만난다.
일행의 말에 따르면 살트에서 오래된 영국식병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서 드디어 우버 택시를 불러서 살트 캐슬에 가보기로 한다.
이 곳은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거리가 있어서 택시를 타고 이동.
그리고 살트에서 높은 곳에 위치한 어느 카페에 들렀는데
멀리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보인다.
멀리가 아니라 가까이라고 해야하나...
외국인이 우리나라 DMZ를 보면 이런 느낌일까.
그리고 나서 이 곳에서 늦은 점심 겸 저녁.
식당이 뭐랄까, 무슨 박물관 수준이었다.
주인은 음식보다 이 식당의 역사와 건축자재를 들여온 과정을 설명하는데 더 열정이 넘쳐나 보였다.
보고 또 봐도 멋진 살트의 풍경 - 뭔가 좀 마음이 짠해지는 것도 있다.
이 땅의 아픈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듣고 목격해와서
아무리 관광객 모드를 살려내고 싶어도
유럽 잘 사는 나라의 유명 관광지를 걷던 마음가짐이 되지 않는다.
물론 잘 사는 나라라고 해서 죄다 잘 살겠느냐만.
그리고 마지막 - 늦은 점심 겸 저녁. 요르단의 음식이 그립다.
국내에도 요르단 식당이 하나 있다던데 기회가 되면 함 가보고 싶다.
As Salt를 재미있게 소개한 사이트 하나 더 소개. 사진도 예쁘고 읽을거리도 많다.
universes.art/en/art-destinations/jordan/as-salt
As-Salt. Art Destination Jordan
Historic city on three hills, with unique yellow sandstone architecture from Ottoman times, rewarding to explore on foot, diving into its lively traditions.
universes.art
요르단에 다시 갈 기회가 생기면 어디에 머물고 싶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살트를 꼽고 싶다.
이곳에는 흥미로운 농장도 있었고, 암만보다 덜 복잡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대도시에 살면 조용한 작은 시골마을과 자연이 그립고
첩첩산중 자연 속에서는 대도시가 그립고
그런게 인간이지만 조용히 기억을 되살려보면
이른 아침, 눈길을 끄는 목조대문이 나란히 양옆에 늘어선 작은 골목을 조용히 걷던 순간
그 사소하고 별 것 없던 순간이 많이 그리워진다.
페트라의 웅장한 돌무덤이나 와디럼 사막의 절경만큼이나
이런 사소한 순간이 몹시 그립다.
그리고, 집이 한 30채는 될까 말까한 이 작은 시골마을 -
오늘 같이 바람이 불면 나무들이 슈우욱슈우욱 소리를 내는 산에 둘러싸인 부모님 댁 아랫채,
양쪽 유리 창문으로 볕이 꽈악 들어차서 손으로 만져질 것 같은 오늘의 오후도
내년이 되면 몹시 그리울 것을,
몹시 몹시 그리울 것을, 지금부터 단단히 각오해두어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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