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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읽고 듣다가...

작지만 위대한 일들 (조디 피코, 2016)

by Matika 2026. 6. 14.

 

 

여러 가지 상황들이 우연으로 겹친다. 

 

연구실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매우 예외적인 박사 과정 1학년 생이라 

연구실로 출근도 안하고 도서관에서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 골라 앉아 공부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그렇게 몇 주를 고심해서 내가 마음을 두게 된 도서관 4층 자리 뒤편의 서가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소설책들이 즐비하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로 소설처방이 긴급 했을 때,

처음에는 얇고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손이 갔는데

 

잠시 쉬는 시간, 서가 사이를 걷다가 눈에 들어온 

조디 피코의 <작지만 위대한 일들>은 

내용도 심각하고 책도 엄청 두꺼웠으나 

 

하필 그때 그 서가를 산책길 삼아 걷게 된, 이런 저런 우연이 겹쳐 

기말고사로 한창 정신없던 지난 주부터 읽기 시작했고, 

 

중반을 넘어서자 참지를 못하고 시험 전날에도 손과 눈을 떼지 못했다. 

 

엄청난 흡입력, 기분 환기용으로 매우 충분하다. 

 

물론 읽고 나면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질 수 있다.

모처럼 만난 고구마 더하기 감자 더하기 뻑뻑한 시루떡 같은 인물이 하나 있어서 매우 성가시지만

결말 가서는 그 인물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갈 길을 어렵게 가야 했나, 답답하기도 하고 

암튼 매우 추천이다.

 


 

조디 피코(Jodi Picoult)의 장편소설 『작지만 위대한 일들』의 원제는

Small Great Things.

 인종차별, 편견, 정의, 특권의 문제를 다룬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소설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흑인 분만실 간호사 루스 제퍼슨이 있다.

루스는 오랜 경력을 가진 유능한 간호사지만,

어느 날 백인 우월주의자 부부의 신생아를 돌보는 과정에서

“흑인 간호사는 우리 아이를 만지지 말라”는 요구를 받는다.

병원은 이 요구를 받아들이고, 루스에게 그 아기를 담당하지 말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응급상황이 발생하고,

루스는 아기를 살리기 위해 개입해야 할지, 병원의 지시를 따라야 할지 갈림길에 놓인다.

결국 아기는 사망하고, 루스는 의료과실과 살인 혐의로 기소된다.

 

이 소설은 주로 세 인물의 시점에서 전개되는데,

루스는 차별받는 흑인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분노와 억울함을 보여주고,


케네디는 루스를 변호하는 백인 국선변호사로,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믿지만 점차 백인 특권을 깨닫게 되고,


터크는 백인 우월주의자로, 노골적인 혐오와 폭력적 신념을 드러낸다. 

 

이 작품의 핵심은 단순히 나쁜 인종차별주의자를 고발하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겉으로는 선량하고 공정하다고 믿는 사람들 안에도

구조적 편견과 특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엄청난 관찰력으로 일상의 사소한 예를 통해 보여준다. 

 

제목인 작지만 위대한 일들은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말에서 온 것으로,

거창한 영웅적 행동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편견에 맞서고

정의로운 선택을 하는 작은 행동들이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암튼 오랜만에 극도의 답답함과 분노와 어이없음 등등 다양한 감정을 

롤러코스터처럼 휘몰아치듯 느낄 수 있었던 

재미있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