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0] 1년 놀아도 안 죽어- 6년 만에 다시 찾는 부룬디

 

유리창 밖으로 아주 쬐끔 보이는, 잘 봐야 보이는 에티오피아 항공기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환승 대기 중이다. 
올 한 해 쉬는 시간 동안, 우연히 하게 된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 

부룬디에 아동인권 및 SDG 교육을 하러 가는 길이다. 

제주도와 영광을 왔다 갔다 하느라 그동안 국내선 비행기는 꽤 탔지만, 
이렇게 장거리 국제선을 1년 만에 다시 타게 되니 기분이 묘하다. 

텅 비었을 줄 알았던 인천공항은 생각보다 북적였고, 
아디스아바바 공항은 인천공항보다 5배는 더 사람이 많지만, 
이 공항이 얼마나 사람으로 꽉 찰 수 있는가를 보아왔기 때문에

이 정도의 이용량이 참 반갑고 상쾌하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고, 거리두기를 하며 띄어 앉아 있지만, 

확실히 한국만큼 꼼꼼하게 잘 지키는 것 같지는 않다. 

 

커피를 한 잔 마시러 A6 게이트 근처의 카페에 자리를 잡아

지나가는 사람 구경도 하고, 
이것저것 밀린 기록도 정리하는 중인데 기분이 진짜 묘하다. 

전지구적 괴물 코로나가 거의 모든 세상을 멈추게 했지만,

인천에서부터 11시간을 날아오면 여전히 이렇게 다른 대륙에 있게 되고, 
그래도 여전히 메신저로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는 실시간 연락을 하고,
6년 만에 다시 찾는 부룬디와는 어떻게 인사를 하면 좋을까, 설레고...

하지만, 아직도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부룬디 아이들 24명과 함께 이야기하게 될 SDG와 CRC이다.
선진국 관점에서 선진국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SDG,  CRC 교육 자료는 많지만, 
저개발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대상으로는 교육 자료가 턱 없이 부족하다.
언어 제한도 있고, 내용도 맥락에 맞아야 하니 여러모로 더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부룬디에서 통역을 맡아주실 선생님들과 사전 준비를 하다 보니, 
제로 헝거나 아동 노동 금지에 대해 이야기 하기가 정말 정말 조심스럽고 걱정이 되었다. 

서로가 거북한 주제는 빼고 즐거운 기억만 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을 할까 고민이 많아 
관련 분야에서 나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인식증진 활동을 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확신을 얻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친구들은 내게 확신 이상의 경고를 주었다.

아이들이 어떠한 권리를 자신들이 청소년기에 누려야 하는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나의 치우친 판단과 근거 없는 걱정으로 빼앗지 말라는 것이지. 

일평생 아동권리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과연 CRC가 뜬구름 같은 소리가 될지, 아니면 변화의 작은 밑거름이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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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 우간다에서 만든 교육자료를 하나 찾았다.

 

https://www.unicef.org/uganda/media/5591/file/UGDA%20CRC%20child%20friendly%20booklet%20final.pdf

 

우간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일러스트가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아

교육 시간에 활용하기로 했는데,

아래 그림이 있는 페이지에서 시선이 멈춘다.

@ 우간다 유니세프 

 

배고프지 않게 먹을 음식도, 낭비할 음식도 없고,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손을 자주 씻을 흐르는 깨끗한 물은 커녕, 마실 물도 없는 상황이

매일매일의 현실인 곳이 아직도 참 많고,

 

누군가의 귀에는 양심의 가책을 덜어낼 듣기 좋은 선언이

다른 누군가의 귀에는 공허한 약속일 뿐인 우리의 현실도 마음이 무겁다. 

 

냉소적으로 체념하지 않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