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21. 15:00ㆍ한 걸음 한 걸음
제주 4.3 평화공원을 버스로 가려면 제주시로 일단 이동, 봉개동에서 343, 344번 간선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가 자주 오는 편이 아니라서 기다리는 시간 감안해야 하고, 공원 앞에 내리면 주변이 매우 한적하기 때문에 이거 집에 무사히 갈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건너편에 어린이 교통공원 체험관이 있긴 하지만, 거기도 사람이 붐비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정류장에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택시를 부르고 싶어 진다. 어쨌거나 하루에 2-3번 다니기도 하는 지선버스는 아니기 때문에, 기다리면 버스는 온다.
4.3 평화공원은 예전에 근처 휴양림을 다녀오는 길에 한 번 들러봤고, 그리고 언제던가 제주에 행사가 있어서 다녀왔던 기억이 있지만, 올해 4.3 유적지 관련 자원활동을 시작하면서 왠지 한 번 더 가서 제대로 잘 보고 와야 할 것 같아 올레길 걷기에도 좋았을, 화창했던 6월말에 시간을 내서 다녀왔다. 확실히 목적의식이 뚜렷하다보니 훨씬 공부가 잘 되었다.
코로나 때문인지 기념관 실내에도, 야외 공원에도 사람이 붐비지 않는다. 매우 한적하고 여유롭게 둘러보고 왔다. 야외에는 4.3 관련한 시를 전시해놓은 공간도 있었다. 하나하나 읽어나가다 보면, 평범한 일상을 소소하게 살아가던 시민들이 난데없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황당스러운 고통을 겪고, 또 그 수습되지 않은 상처를 어찌할 바 모른 채 평생 감추고 살아야 했던 기구함에 먹먹해진다.
이곳에 이름이 실리지 않은 사람도 많고, 실릴 수 없는 사람 또한 많겠지.
참 기구한 시절이었구나 싶다.
그런 힘든 시기를 거쳤기에 오늘이 있는 거겠지만,
죄송스러울 정도로 지나치게 큰 희생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2019년 6월 20일은 제주 4.3 사건에 있어서 미국정부의 책임을 공적으로 제기한 최초의 행사였다고 한다.
4.3 사건 이후 진상 규명을 거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문서들을 전시한 공간에 소개된 자료들도 인상 깊다.
(제주 4.3 아카이브 특별전 - 기록이 된 흔적)
시는 막상 읽다가 사진 찍는 것을 놓치고, 이거 한 장 ㅠㅠ
평생 천둥을 품어 안고 살았다는 한 줄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겼을지...
초점은 잘 안 맞았지만, 아래 사진 글귀가 너무 인상적이라 남김.
'공포에 질린 섬사람들이 스스로 기억을 망각으로 들이쳐서 죽이는 '기억의 자살'인 것입니다.'
4.3 유적지 활동기간이 너무 짧고,
그나마 코로나로 한동안 연기도 되고 해서 아쉬운 마음은 크지만
올 한 해 매우 뿌듯한 일 중 하나다.
오히려 돈을 내고 참여를 했었어야 할 만큼 배움이 큰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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