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4.2] 제주 올레 7코스 - 황우지 선녀탕과 외돌개

2021. 4. 17. 16:25한 걸음 한 걸음

제주 올레길 중 제일 처음 도장을 찍고 걷기 시작한 7코스. 그러나, 겨우 3km 정도 걸었나. 서귀포 올레여행자센터에서 외돌개까지만 걸었다. 언제 완주할 수 있을까?  

 

 

 

이 길은 당시 5일정도 제주를 찾은 친구와 함께 했다.

패스포트를 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여기 여행자센터 앞 기념품 가게 직원이 정말 친절해서

친구와 기분좋게 그녀의 수완에 빠져 여행 기념으로 공동경비에서 구입하기로 했다. 

 

 

 

 

 

여기부터가 칠십리 시공원 같은데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아서 마구 즐거운 산책은 아니었다. 

 

 

 

 

이 곳이 황우지 선녀탕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계단이 좁고 가파르고 관광객 수도 제법 많아서 더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외돌개 도착 

 

안내문의 설명을 옮겨보자면,

<제주 서귀포 외돌개는 용암 바위가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이고 남은 높이 20m, 폭 7-10m에 이르는 돌기둥이다. 이곳은 12만여 년 전에 일어난 화산 폭발로 인해 회삭에 구멍이 작은 돌인 조면안산암으로 형성된 바위섬이다. 외돌개를 중심으로 해안 침식 절벽과 동굴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고려 말 원나라 세력을 물리칠 때 잔여 세력이 범섬으로 달아났다고 한다. 이때 최영 장군이 외돌개를 장군 모습으로 꾸며 이들을 물리쳤다고 하여 장군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던 할머니가 돌로 굳어 외돌개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빗방울도 흩뿌리는 등 날씨가 좋지않아 조마조마한 산책이었지만

황우지해안과 외돌개의 장관에 감탄하며

뿌듯하게 하루를 잘 마감했다고 생각했다, 삼매봉입구에서 버스를 놓치기 전까지는.

 

눈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매몰차게 지나가 버린 202번 버스 때문에 기분이 왕창 상함. 

다리는 다리대로 아프고, 춥기도 하고, 기분도 그닥 좋지 않았는데 

자주 오지 않는 버스마저, 바로 앞에서 놓쳤다. 

 

외돌개에서 당시 숙소가 있던 한림쪽으로 이동하려면 삼매봉 입구 정류장까지 걸어야 했는데

외돌개 주차장에서부터 한 20분 정도 걸었던 것 같다. 

 

지붕이 있는 쉼터도 없이 기둥 하나만 오거리에 위치한 이곳이 버스정류장임을 알리고 있어서 좀 외로워진다. 

게다가 우린 버스에 외면받기까지 했고. 

 

 

 

 

하지만, 삼매봉 입구 정류장 오거리 가까이 있는 농장인지, 집인지 알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는 

이 강아지 두 마리 덕분에 위안과 감동을 받았다. 

 

처음에는 앞에 걸어가는 백구 한 마리가 나타났었다. 

백구는 천천히 걷다가 길에서 갑자기 멈춰선다. 

우리를 보고 멈춰선건가? 

개도 우리를 보고 멈춰서는데,

202번 버스는 바로 2미터 앞에서 세워달라는 나의 간절한 손짓과 외침을 무시했구나, 싶어 괜히 더 서럽다.

날은 점점 더 추워진다 ㅠㅠ 

 

백구는 한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강아지를 워낙에 좋아하는 나는 가까이 가볼까 했지만

강형욱님이 아무리 개가 예쁘고 반갑고 좋고 어쩌고 저쩌고 해도

무작정 다가가서 쓰다듬거나 아는 척하지 말라고 해서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개는 훌륭하다'를 보면서 '금쪽같은 내새끼' 수준으로 감동하는 열혈 애청자로서)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백구가 그렇게 한참을 서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친구인지 남편인지 부인인지, 딸인지 아들인지 모를 황토색개가 한 마리 나타났기 때문이다.

백구는 그를 보더니 다시 길을 잡고 방향을 틀어 우리 옆 길로 빠져 유유히 걸어가는데 가끔 뒤돌아보기까지 한다.

 

녹화를 해두었었야 했는데 아깝고 아쉽다.

 

개들도 이렇게 서로 기다려주건만 

4월 2일 오후 5시경에 삼매봉 입구를 지나치신 202번 기사님,

정말로 1-2미터 거리에서 허둥대며 세워달라던 손짓과 외침을 그렇게 외면하시다니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