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8. 22:12ㆍ한 걸음 한 걸음
올레 17코스 도장을 다 찍고, 18코스로 이동해보기로 했다. 요즘은 간세 머리 방향과 올레길 화살표 방향이 가리키는 대로 걷는 편안함을 누리고 있다.
동문시장 쪽은 17코스 마무리하던 날 돌아다녀봤기 때문에 사라봉 공원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오늘 다 완주할 자신은 사실 없다. 갈 수 있는 만큼만 걸을 거다.
www.jejuolle.org/trail/kor/olle_trail/default.asp?search_idx=24
사라봉에서 내려다보는 제주항은 정말 아름답다. 오늘 길에서 만난 사라봉 공원과 곤을동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는 나중에 꼭 다시 와야지 싶다.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도 압권이었다. 햇볕에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 물결을 서퍼들이 힘차게 타고 있고, 아직은 차가운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첨벙이는 아이들의 모습도 예쁘다. 내일 올레 1길 광치기 해변을 가볼까 했는데, 여기 삼양해수욕장 앞 노란 페인트칠을 한 카페에서 시간을 좀 보내고 싶기도 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곳곳에 많이 숨어있겠지. 제주라는 섬을 사람들이 많이, 자주 찾는 이유를 알겠다.
사라봉 공원 입구.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사라봉공원 입구에서 내려서 조금만 걸으면 공원입구에 닿는다.
바다를 끼고 걷는 사라봉공원길은 정말 아름답다.
여기는 다시 한 번 더 와보고 싶다. 이런 올레길이 21개나 있다니.......
21개 하나하나에도 이런 비경이 곳곳에 숨어있겠지.
내 체력으로, 한 달은 부족하다. 아무래도 5월 거주지도 제주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쭈욱 걷다보면 화북1동 곤을 부락 제주 4.3 사건의 아픈 기억을 가진 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아예 자리를 잡고 멍하니 앉아 시간을 보냈다.
4.3 당시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비극은
곤을동 마을이 자리한 자연의 아름다움때문에
더욱 낯설고, 더욱 날이 서 차갑게 아프다.
여기도 다시 와야 할 곳인데, 내일 다시 와야 할 것 같은데, 광치기 해변에도 가야 하고...
(곤을동 마을 관련 기사 www.hani.co.kr/arti/area/jeju/989455.html )
[제주 4·3] 핏빛 바다, ‘곤을동’에 가신 적이 있나요
1949년 1월4~5일 초토화된 제주시 곤을마을“하늘이 벌겋게 타올랐고, 바다는 핏빛이었어”‘4·3 잃어버린 마을’ 중 가장 잘 남아 있는 흔적
www.hani.co.kr
이 곤을동 마을을 지나면, 차분히 산책하기 참 좋은 바닷가가 계속 이어진다.
천천히 어슬렁어슬렁 걸었는데도 발바닥에 불이 나는 느낌이다, 싶을 때 이런 올레 쉼터도 나온다.
어마 무시한 자연경관에 조성된 올레길도 멋지지만
올레길이 주민들의 생활터전과 가까운 곳을 지날 때도 재미있다.
그리고 별도연대.
올라가서 멍 때리고 있기 좋은 곳이다.
18코스는 생각보다 아기자기한 곳이 많았다.
그리고 좀 더 가면 삼양해수욕장 - 검은 모래 해변이 나타난다.
나는 삼양해수욕장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네.
여기도 장관이다. 장관이 아닌 곳이 없는 섬이다.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타일이 예쁜데 사진은 안 찍은 모양이다.
파도에 쓸리고 밀리는 검은 모래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아프리카 지도도 반갑다.
어쩌다 보니 인생의 연을 맺게 된 대륙.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 인연.
도장 찍는 재미는 굉장하다. 어머어마한 성취감이다.
휴식을 시작한 이래 이런 성취감을 느껴볼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어서 매우 보람차다.
좀 더 오래 있고 싶었는데 서둘러 일정을 접어야 했다.
휴대용 배터리는 챙겨왔는데 충전케이블은 안챙겨 왔고, 휴대폰 밧데리는 12%만 남았고,
삼양 해수욕장에서 제주시 연동까지 가는 버스 검색도 해야 하고,
발바닥은 불이 나고 고관절은 몸뚱이와 분리된 느낌.
내일 다시 올 거야. 아쉬워하지 말아야지.
여긴 예쁜 카페도 많네.
사라봉에서 곤을동 마을 입구에 있는 카페도 좋고, 삼양해수욕장 정자 가까이 있는 카페도 좋다.
나 같은 사람은 올레길 1코스를 한 번에 완주하기는 어차피 불가능,
두 번, 또는 세 번으로 나눠서 걸어야 제대로 볼 듯하다.
그렇게 나눠서 오래오래 두고 보아도,
마음에 다 담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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