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8. 03:23ㆍ한 걸음 한 걸음
아직도 살 곳을 정하지 못했고, 제주도에 함 와봤다. 친구와 휴가가 겹쳐서 5일은 한림 쪽에서 지냈고, 이후에는 나 혼자 제주시 연동 쪽에서 지내보기로 했다. 아무 계획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올레길 패스포트를 사게 되어서 도장 찍는 재미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직시해야한다. 15-19km 되는 거리를 과연 한 번에 일주할 수 있을까? 서귀포 올레여행자센터 건너편 올레 관련 기념품을 파는 가게에서 일하시는 친절한 직원은 내 마음을 어찌 읽었는지, 한 번에 한 코스를 다 걸을 생각하지 말고, 나눠서 걸으란다.
숙소와 가까운 코스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고, 약 4.5km 거리의 도두봉이 있는 올레 17코스 중간부터 용담 해변 - 어용소공원 - 용두암을 거쳐 간세라운지x관덕정 분식까지 걷기로 한다. 7km 정도 거리라고 하고, 숙소에서부터 걷기 시작하면 약 12km를 걷는 셈이다. 도두봉 시작 전에 삼무공원까지 다녀왔으니 계산하면 15km 정도 걸은 것 같다.
며칠 비가 와서 날이 흐렸는데, 오늘은 환하게 하늘이 개어서 하늘이 더 파랬다. 늘 차로만 다녔던 곳을 이렇게 걸으니, 발 길이 닿는 곳이 더 친근해진다.
삼무공원은 작은 공원이라 한 바퀴 둘러보고 도두봉으로 향한다.
제주시민속5일시장도 지나치고, 도두 벽화마을도 만난다.
그러다 보면 도두봉 오르는 길에 닿게 되고.
도두봉에서 내려와 용담 해안길을 걸었다.
차로 쓰윽 지나치던 곳이라 해안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네.
날씨가 도와줘서 정말 예쁜 순간을 만났다.
미세먼지에 비오고 흐린 하늘을 며칠 계속 보다 보니 더욱 반갑다.
그동안 제주 올 때마다 날씨가 좋았던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감사했었어야 할 일이었음을 깨닫는다.
어용소 공원에서 17코스 중간 도장을 찍었다.
도착점까지 얼마나 남았나 지도 검색을 해본다. 4.3-5km - 걷는 길이 너무 예뻐서 문제없이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걷기 딱 좋은 날씨다.
드디어 용두암에 도착!
여태까지는 용두암만 찍고 가느라 못 봤던 용담 공원, 용연다리를 건넌다.
이 곳은 언제 다시 산책하러 와보야겠다, 다짐해본다.
용연다리를 건너고 나면 그 이후는 시내를 지나는 길이다.
어느 정도 걷다보면 제주 목관아도 지나친다.
그러다가 드디어 17코스 종점에 도착!!
도장을 자랑스럽게 찍어본다.
나중에 다시 와서 걸어야지, 싶은 정말 아름다운 길이다.
다음은 18코스를 걸어볼까 싶다. 다음에는 어디 어디로 가보세요,라고 안내를 해주니 마음이 편안하다.
1년이라는 긴 호흡으로 나를 추스리고 나서도,
제주 올레길처럼, 다음에는 어디어디로 가보세요,라고 안내받고 싶다.
가끔씩은 안내 받고 사는 삶도 편안했을 텐데
왜 그렇게 뻣뻣하게 뭐든 직접 하려고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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