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9. 14:04ㆍ별 일 없이 산다
2021년이 3일 남았다.
시간이 빨리 지난다는 얘기가 무색해질 정도로 일 년 내내 시간이 빠르긴 했지만,
공식적인 휴직 기간이 끝나고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니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는지 새삼 다시 깨닫는다.
원 없이 놀았던 올 한 해를 되돌아본다.
1년 팽팽 놀면서 제일 좋았던 것이 뭘까 생각해봤다.
올 한 해, 이직이라는 큰 변화도 있었고, 한국어학과 3학년 편입 공부를 시작한 보람찬 일도 있었고,
특히 제주 올레길 완주 등 인생 한 번 할까 말까 한 일들도 있었고...
그중 제일 좋았던 게 뭘까...
그 누구도 한 가지만 꼽으라 시키지 않았지만, 연말이 되니 요 며칠 이런 잡생각이 많아졌다.
그렇게 며칠을 고민해서 나름 선정한 '쉼'의 가장 큰 즐거움은,
아침에 늦게까지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침대에서 뒹굴뒹굴했던 것이다.
베란다로 난 통창 옆에 놓인 침대 머리 맡에
동쪽으로 난 창문이 있어서 아침이면 햇살이 가득했던 제주집에서도,
창은 하나 밖에 없지만 역시 동쪽을 향해 있어서
아침이면 햇살 때문에 자동으로 눈이 떠지는 부모님 댁에서도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뒹굴뒹굴 침대 안에서 보내는 아침 시간만큼 달콤한 것이 있을까 싶다.
지금도 멀리 하늘에 시선을 두고 잠시 숨을 고를 때마다 떠오르는 올레길의 절경들 -
한라산 영실코스, 동화 같은 섬마을 추자도, 해변이 유리처럼 반짝거렸던 이른 아침 법환포구와
다 이름을 대기 어려운 아름다운 해변들, 파도에 부딪혀 흰 거품을 만들어 내는 다각형 주상절리,
오르기 어렵지 않은 낮은 오름들, 중산간 조용히 속삭이듯 들어선 밭담을 따라 걷는 길,
동백꽃 군락 등등 너무 많은 순간순간들이 기억에 남아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즐거움은 남들 다 일어나 있을 때 누워있는 '농땡이(?)'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반드시 갖춰져야 하는데,
다시 돌아갈 직장이 있는 '휴직 상태'라는 점이었다.
여태까지 써온 일기장들을 종종 다시 읽곤 한다.
특히 이직할 때마다 여행을 하곤 했던 그 시절의 일기를 골라본다.
직장을 구해 놓고 사표를 낸 경우도 있었지만,
그냥 사표를 낸 적도 많았다. 정말이지, 참 많이 직장을 옮겼지.
다행히 오래 쉬지 않고 일을 구할 수 있었지만,
젊었기 때문에 더 불안해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더 무모하기도 했었다.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 이렇게 1년을 통째로, 비교적 편안하게, 불안해하지 않고 쉴 수 있었던 것은
돌아갈 직장이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쉼'은 '일'만큼이나 필요한 것임을 깨닫는다.
열심히 일하듯이 열심히 건강하게 쉬어야겠다 - 올해 내내 깨달으며 굳게 굳게 다짐한 결심이다.
건강하게 쉬면서 일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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