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7] 자가격리 이후 첫 산책 - 청춘발산마을

2021. 1. 26. 19:48한 걸음 한 걸음

자가격리를 집이 아닌, 조금 더 큰 도시에서 하기로 한 건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있었다. 출국 전에도 검사했었고, 한국 도착해서도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긴 했지만, 작년 12월에 여러 곳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네가 너무 작아서, 저녁에 치킨을 시켜 먹으면 그다음 날 어제 닭 맛있게 잘 먹었는가, 하는 인사를 듣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좁은 동네에서 괜히 자가격리다,라고 하면 혹시라도 코로나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시골 어르신들이 우리 집을 오해하실 수도 있을까 염려가 되었다. 엄마는 처음 이 시골 마을에 정착하려고 하셨을 때도 일부 동네분들 텃세에 마음고생을 이미 하셨다. 

 

그래서 지난 12월, 출국 일정이 정해지자마자 어디서 자가격리를 할까 검색을 많이 했었다. 후보지는 일단 서울과 광주. 그런데 해외입국 자가 격리자를 받지 않는 곳도 상당히 많다. 그러다가 에어비앤비 몇몇 후보지에서 이 집을 찾은 거지. 청춘발산마을 입구에 있는. 

 

그렇게 해서 청춘발산마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자가격리 후 첫 산책할 장소로도 전혀 손색이 없었고, 배경을 들어보니 더 가보고 싶었다. 

 

www.balsanvillage.com/ 

 

청춘발산마을

마을의 일상이 풍경이 되는골목길 산책

www.balsanvillage.com

www.balsanvillage.com/intro/village_intro.php 

 

청춘발산마을

청춘발산마을 소개 전쟁 피난민들이 모였던 전라도 광주의 대표적인 달동네,발산마을은 70~80년대 방직공장이 인근에 생기면서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여공들로 한 때 활력이 넘쳤던 마을입

www.balsanvillage.com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거의 없다. 겨울이라, 그것도 아주 추운 겨울이라서,

전날 눈도 많이 와서 사람이 없는 거야,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이 마을은 전쟁 피난민이 모여 살던 대표적인 달동네이기 때문에 

벽화로 예쁘게 꾸며지긴 했지만 여전히 집은 추워 보인다. 

나의 처마가 윗집 대문과 시선을 같이 하는 날카로운 경사에 집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고

추운 날씨라 더 수고하고 있는 듯 보이는 옹벽 지지대들도 간간히 눈에 띈다. 

추운 건 질색인데 마을은 추워 보이고 나도 춥다.

 

그래도 코로나 전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붐볐던 곳인 듯하다. 

마을이 소개된 포스팅도 많다. 

 

한국 돌아와 자가격리 후 처음 하는 산책지로 손색없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질문을 남겨주었다.

 

지구촌 어디에서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답을 준비해야 한다. 

그게 어떤 사업이 되었든, 물 없는 곳에 관개시설을 만들어 주는 일이건, 여성 경제역량강화 사업이건

관광사업이건, 하다못해 부모님 집 아랫채 지붕수리하는 일이건 

여러 면에서의 지속가능성을 물어야 하겠다. 

게다가 앞으로는 코로나 같은 전 지구적 위기 상황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무심하고 무지하게 게으르게 살아온 대가를 

지금 보다 더 값비싸게 치르지 않도록 바빠져야 하고 부지런해져야겠다.


그러다가 오렌지 개당 2천 원이라 쓰인 과일 매대 앞을 지나게 된다. 

오렌지 개당 2천 원...

1kg에 2천 원, 3천원 하던 곳에서 살다와서 그런가 너무너무 어색하다. 

오렌지를 하나에 2천원 주고 먹어야 하다니. 

수입산이니 또 먼 길을 왔겠구나. 

내 생활과 닿아야 하는 지속가능성에도 마음이 분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