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20. 23:10ㆍ보고 읽고 듣다가...
Rapid Assessment라서 응답자의 수는 많지 않지만 (n=1124), 그래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만한 데이터들이다.
앞으로 2주간 생활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이 있느냐는 질문에 난민 중 84%가 아니라고 답했다. '충분'의 정의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지만, 당시 난민의 92%가 약 70달러 미만의 저축이 있다는 결과에서 '충분'의 범위를 짐작해볼 만하다.
아래는 DRC에서 614명의 시리아 난민을 대상으로 한 3월의 조사 결과인데, 저축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6%에 불과하고 이 중 82% 응답자가 한 달이면 이 돈도 바닥난다고 답했다. 흠... 좀 더 객관적인 표현을 써야겠다. 바닥난다기보다는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기간이 한 달 미만이란다.
지금 남의 나라에 와있는 내 수중에 가진 돈이 딱 8만 원뿐이라면... 그것도 한 달 있으면 바닥난다면... 나는 오늘 지금 이 시간을 온전한 평정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내일은 무엇을 얼마만큼 먹어야 8만 원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릴 수 있을까? 이런 불안과 스트레스가 일상의 매 순간을 잠식한다면, 한창 꿈을 꾸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 하는 젊은 세대들은 어떤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어디 젊은 세대뿐일까....
잠시 시간을 내서 데이터와 숫자에 가려진 이야기들을 상상해 보게 된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령기의 아이들 중 몇 명이나 온라인 수업이라는 것을 받을 수 있었을까? 조사 이후 수개월이 지난 지금은 과연 얼마가 수중에 남았을까? 다 차치하고 배고픈 게 제일 서러울 텐데... 오늘 하루 한 끼라도 배를 채웠을까?
통계자료들을 읽는 중에... 아무런 느낌 없이 그저 형광펜으로 발췌해 쓸 것만 기계적으로 표시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수중에 가진 돈이 딱 8만 원뿐이라면, 나는 얼마나 평정심을 가지고 지금 이 순간을 버티어 낼 수 있을까? 평정심을 바라는 것도 사치인, 그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데이터와 숫자에 파묻혀 알아차리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표정을, 나는 과연 언제까지 무디어 지지 않고 읽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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