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19] 오늘 내 마음은 일단 이래.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2023. 3. 19. 20:44ㆍ별 일 없이 산다
- 그야말로 몇 달 만에 업무 압박이 없는 주말을 맞았다. 출장이 갑자기 취소되고 나서 생긴 여유다. 어제 토요일은 다다음주부터시작될 3주간의 휴가 준비, 짐싸기, 냉장고 정리하기, 청소 등을 했고, 오늘은 모처럼 아침부터 카페에 나왔다. 10시부터 12시까지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 카페는 번을 한국처럼 똑같이 만들어서 종종 생각이 나는 곳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음식들에 비해 번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 하나에 우리나라 돈으로 오천원 정도 된다.
- 2시간 정도 앉아 있다보니 집중이 떨어진다. 잠깐 걷다가 다른 카페에 가야지 하는 생각에 계산을 마치고 길을 나섰는데 하늘이 갑자기 어둑어둑 하더니 비가 쏟아진다.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하늘이 어수선하긴 했던 것 같은데 신경을 쓰지 못했다.
- 신경을 쓰지 못하고 산 것은 이 것뿐만이 아니다. 한동안 생존을 위한 하루 하루의 기록말고는 글을 전혀 쓰지 못했다. 글을 쓰는 것은, 일상을 살며 말풍선처럼 순간 순간 떠오르는 잡다한 생각을 정리하고 가다듬고 내일을 준비하는, 또는 버티는 힘을 얻는 중요한 일과였는데 지난 1여년은 글쓰기의 위로를 받는 시간을 좀처럼 낼 수 없었다. 내가 나에게 처방하는 치료와 같은 것인데...바쁘다는 이유로 막상 가장 중요한 것에 시간을 내지 못했다. 지난 2021년 1년의 휴직기간을 보내면서 일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연습을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쉽게...무너져버렸다.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 그리고 역시, 하늘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탓에, 길을 잠시 걸어보겠다는 나의 야심찬 포부는 소나기에 된통 당하고 말았다. 다행히 노트북 가방이 젖기 전에 지나가는 바자지를 불러세워 탔다. 그러고 보니 이 바자지 운전자는 번이 맛있지만 비싼 카페 앞에서 호객하던 청년이었네. 비가 올 줄 알고 너를 따라 와 봤어, 라고 말을 하는데, 진심인지 빈말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뭉클. 이렇게 생전 인연없던 남에게서 호의를 받네. 하지만, 세상에 닳고 닳은 나는, 잠시 후 설마 진심이겠어, 그냥 우연이겠지. 여기 운전자들 입에 발린 말 하는게 어디 처음이냐, 밤에 이렇게 따라왔으면 스토킹으로 무서웠겠지,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그치만, 오늘은 좀 긍정적이 되자. "정말 고마워" 하고, 이천 실링이면 될 거리인데, 삼천 실링을 줬다. 오백원 더 쓴 셈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비용치고는 엄청 싼 거지.
- 집으로 바로 돌아갈까 하다가 2차로 한국분이 운영하시는 다른 카페에 왔다. 비가 곧 그치겠지 했는데...2시간째 계속 엄청나게 쏟아진다. 창문을 열어놓고 왔는데...집꼬라지가 어떻게 될지 염려도 되지만, 그냥 만사가 귀찮다. 젖으면 또 마르겠지. 사람이 죽지 않는 한 급할 일은 없다는, 회사 동료의 말이 떠오른다.
- 앞으로는 아무리 바뻐도 다시 글을 쓰고, 기록을 남기는 일에 내 마음과 시간을 좀더 써보려고 한다. 이 결심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적어도 오늘 2023년 3월 19일의 내 마음은 이렇다는 기록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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