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13. 03:07ㆍ한 걸음 한 걸음
제주를 떠나온 지 거의 4개월 가까이 되어간다.
요즘 하루는 제주를 걸었던 기록을 보며 시작하는 날이 많다.
한없이 게을러지기 쉬웠던 시간이었는데 틈틈이 기록을 남겨두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바다를 몇 개 건너 멀리 떠나와 있지만
이 일기장 덕분에, 그때도 지금도 행복한 순간을 잘 추억하고 있다.
안덕계곡은 내가 지내던 숙소에서 6km 정도 떨어져 있다.
계곡까지 걷는 길이 큰 도로이기 때문에 좀 재미는 없지만,
올레길을 걸을 걷는 계획이 없는데 힘이 좀 넘치는 날은 안덕계곡까지 소풍을 가곤 했다.
그때 찍은 사진을 다시 보니 그 시간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10월 말 제주를 떠나기 바로 직전, 익숙한 동네 산책길을 하루 날 잡아서 돌아야겠다 싶었다.
그날이 10월 29일이었고,
원물오름, 산방산, 안덕계곡, 예래생태공원, 중문 해수욕장을 천천히 걸었더랬다.
안덕계곡은 올레길에도 포함되어 있는 길이라 다시 걷는 길이 더욱 반가웠었다.
이렇게 큰 도로를 끼고 안내판을 따라 계곡길로 내려가면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두텁고 짙은 녹색의 상록수림, 크고 작은 동굴, 물이 맑은 계곡, 기괴한 절벽 등이 길게 놓여있다.
세상일로 마음이 복잡할 때 단박에 기분 전환을 하고 싶다면
차가 쌩쌩 달리는 큰 도로 옆에 비밀처럼 (비밀이라 하기에는 너무 많이 알려졌지만)
놓여있는 이 계곡이 자주 생각날 것 같다.
언제 봐도 그립고 반가운 제주 올레길 화살표.
올레길을 완주하던 날, 서귀포 올레센터에서 완주증을 받고
기념품 파는 곳에서 이 마음 따뜻해지는 색깔의 올레 화살표 자석을 여러 개 샀더랬다.
여기저기 붙여두면 내 생각도 화살표 따라 길이 잘 나지 않을까 싶어서 ^^
안덕계곡까지 동네 산책으로 여기고 길을 나서려면 조금 큰 맘을 먹어야 했지만
여기는 원물오름과는 달리 동네 산책이건 아니건 매우 강추하는 곳이다.
돗자리를 가지고 가서 사람 없는 곳에 펼쳐두고 쉬었다 오기도 좋다.
코로나 때문에 늘 한적한 편이어서 참 좋았는데
이후 이 곳이 예전처럼 복작복작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지난여름부터 가을까지 내가 누렸던 그 조용한 호사를 누릴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일기를 써두니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언제든 다시 쉽게 떠올릴 수 있으니 말이지.
지나고 와서 다시 돌아보면
정말 감사하고 좋은 휴식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앞으로 이렇게 1년씩 통으로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일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불평하지 않을 정도의 소중하고 귀한 시간을 마음에 켜켜이 쌓아두었다.
오래오래 간직하고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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