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8] 제주 올레 18-1길 - 추자도, 추자도!
[2021.10.8] 제주 올레 18-1길 - 추자도! https://matika.tistory.com/129?category=933711
[2021.10.8] 제주 올레 18-1길 - 추자도!
10월 20일, 우도 올레 1-1길을 마지막으로 425km 모든 올레길을 다 걷고 드디어 완주자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4월 초부터 조금씩 여기저기 걷기 시작한 후 7개월 만이다. 내 인생에 이렇게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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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 신양항에서 지친 다리를 잠시 추스르고 있었다.
멀리서 내가 걸었던 방향으로 내려 오시는 올레꾼이 한 명 보였다.
내가 앉아 있는 쪽으로 오시더니, 정말 힘든 길이라며 인사를 하신다.
올레를 걷다 보면 아주 가끔 이렇게 지나치는 올레꾼과 서로 목례를 나누거나
간단한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그 분은 힘든 길이라하더니만, 멈추지도 않고 엄청난 속도로 길을 계속 이어 가셨다.
아예 하루쯤 멈추고 싶었던 신양항에서 나도 짧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 이어졌다.
너무 진부하지만, 정말 아름답다는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오게 된다.
올레는 다시 걷게 되어도 하루에 한 코스씩 걷지는 않을 것 같다.
체력이 문제가 아니라 하루에 하나씩 걸어 해치우기에는 너무 아깝다.
풍경을 감상하며 길을 조용히 걷다가
어느 바닷가에 도착했다.
해변은 온통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시간이 있다면 정말 여기 멈춰서 해변의 쓰레기를 전부 줍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정말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고 싶었을까.
정말 안쓰럽고 안타깝다.
쓰레기만 없었다면, 이 한적한 외딴 해변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 었을 텐데...
하지만 추자도의 아름다움은 강력했다.
해변의 쓰레기를 압도하는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난이도 '상'은 맞지만, 길 위의 아름다움도 '상'이다.
다시 제주 올레를 걷게 된다면, 나는 추자도를 제일 먼저 찾을 거고
적어도 2박 이상은 하고 싶다.
풀도 예의를 갖춘다는 예초리에 도착.
이 마을의 해안 도로는 그야말로 명소다.
예초리 마을을 벗어나는 것이 아쉬워 계속 뒤를 돌아 사진을 남긴다.
그리고 이제 돈대산으로 향한다.
돈대산에서 내려다보는 하추자도 마을 풍경
섬 뒤에 섬이 있고, 또 그 안에 또 다른 섬이 있는 추자도의 풍경
그곳을 걸었던 순간을 조용히 떠올려 본다.
잠시 눈을 감고 이 풍경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 글을 쓰는 오늘, 토요일 오후 2시간 간격으로 있었던 중간고사 두 과목의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이 치유의 힘이 오래가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몇 시간 전 묵리 마을 내려갈 때 지나쳤던 반환점에 다시 도착했다.
반갑다 ^^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길은 저수지를 끼고 걷는 길이다.
조용하고 차분한 숲길이다.
드디어 하추자도를 다 돌았다.
정오에 건넜던 추자교를 다시 만났고,
그때의 설렘과 기대감은 조금의 에누리도 없이 완벽하게 채워졌고
이제는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한 상추자도 풍경.
힘든 길이 었지만,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던 하루였다.
올레를 걷는 사람들 중에는 분명히 나처럼 추자도에 올 엄두가 나지 않아 마지막으로 미뤄두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을 여행지이고,
개인적으로는 26개의 올레길 중 Top 3에 들 정도이고
꼭 다시 와보고 싶고, 그때는 한 일주일 푹 쉬면서 더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
추자도 여행의 어려운 점이 있다면, 혼밥을 할 수 있는 식당이 별로 없다는 것 정도?
하지만 관광 안내센터에 문의하면 친절하게 추천해주신다.
그리고 하추자도 걸을 때는 물을 많이 챙겨가는 게 좋겠다.
숙소에 체크인하고 잠시 쉰 후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나 홀로 여행객을 친절하게 받아주신다는 식당은 금요일에 문을 닫는다 해서 내일 가보기로 하고,
근처 다른 식당들을 두드려 본다.
식당이 텅텅 비었는데도 네 군데 정도 퇴짜를 맞고 나니,
나는 오늘 원치 않는 다이어트를 하는 건가? 싶었고,
그냥 편의점에서 컵라면이나 먹을까 하다가
추자 여객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한 줄기 희망을 보고 들어가 보았다.
밖에 삼치회 1인분이라고 쓰여 있었거든^^
다행히 혼자 온 나를 반겨주신다.
굴비정식과 초장 대신 파김치에 싸서 먹는다는 추자도 스타일의 삼치회 1인분으로 든든하고 감사하게 저녁을 먹었다.
사실 배가 너무 고팠고, 1인 여행객을 받아주는 식당이 없어서 그렇지
이 식당을 차마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숙소도 별로 맘에 들지 않았고.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내일이 기대된다.
상추자도에서는 또 어떤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