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한 걸음

[2021.7.28] 오랫만에 다시 찾은 사려니숲과 길을 잃어 우연히 알게 된 삼양검은모래해수욕장의 비밀

Matika 2021. 8. 3. 14:49

혼자 걷는 제주 여행에 친구가 와서 이틀을 같이 보냈다.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사려니 숲을 다시 찾았다. 사실, 이번 글은 사려니숲이 주제가 아니고, 삼양검은모래 해변의 비밀이다. 지난 4월 자주 다녔던 에오마르 카페가 위치한 삼양 해수욕장은 올해 처음 알게 된, 개인적으로 손꼽는 명소인데 이미 충분히 멋진 이곳에 비밀이 있었다. 물론 나만 뒤늦게 알게 된, 지역주민이나 아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비밀이겠지만.

 

https://matika.tistory.com/65 

 

[2021.4.18] 매일 매일 다른 얼굴의 파도 - 제주 삼양해변

콕스바자르의 해변 사진을 검색하다 보니, 갑자기 비슷하지도 않은 제주도 삼양해변이 떠올랐다. 제주도를 떠나기 전날 이번 체류의 마지막 기념으로 어딜 가볼까 잠시 고민하고 결정한 삼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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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해수욕장에는 오전에, 이렇게 물이 가득 차있을 때 주로 갔었다. 

오후에는 가본 적이 없었지. 

그래서 이곳에 물이 빠지면, 퐁퐁퐁 샘솟는 용천수로 담수를 이루는 곳이 있다는 걸 몰랐다.

누가 말을 안 해주니 몰랐지. 

안내판이 있어도 좋겠다. 오전에 간 사람들 오후에 한 번 더 방문하게 하는 효과가 있겠어. 

 

암튼, 우리는 길을 잃었다. 

 

사려니 숲길이 막 퍼부어주는 치유의 공기를 흠뻑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반대방향의 버스를 탔다. 

당연히 이곳 지리가 익숙지 않은 친구와 돌아가는 길에 어디 들러서 한 군데 더 보고 갈까, 말까

의견 조율이 길어지던 중,

급히 결정을 내리고 막판에 길을 건넜는데 타려던 급행 버스는 이미 떠나고

그 뒤에 달려오던 간선버스 번호가 낯익어 충동적으로 탔는데 

 

반대방향이었다. ㅂㅏㄴㄷ ㅐ ㅂ ㅏㅇㅎ ㅑ ㅇ.....ㅠㅠ 

 

기사님은, 그냥 제주시 터미널까지 가서 거기서 서귀포 터미널 가는 버스를 타라 하신다.

네...에?? 제주도를 버스로 한 바퀴 돌라고요....?

사려니 숲길 치유의 효과를 깡그리 제로로 만들어 버리는, 세상 허무해지는 순간.

 

하지만, 어쩌랴. 이미 일어난 일인데.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는데.

 

어차피 길을 잃은 김에 삼양해수욕장에 들러보기로 했다. 

우리는 봉개동에서 내려서 삼양동 가는 버스를 탔고, 

 

오후 4시쯤 삼양검은모래해변에 도착했다. 

에오마르 카페의 통유리 전망은 여전히 티비 스크린처럼 그림 같은데

사람들로 더 붐비는 장면만 다르다고나 할까. 

 

그런데 한 가지 더 다른 것이 있었다. 

 

물이 빠진 해안에 퐁퐁퐁 물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게 뭘까, 궁금했다. 

 

궁금한 걸 참지 못하는 지병이 있으니 물어봐야지. 

지나가는 주민분께도 물어보고, 검색도 해서 나는 뒤늦게 알게된다!!

 

삼양 해변에 용천수가 솟는다는 걸!!

관련된 기사로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202905

(검은 모래에서 가물가물 솟는 달콤한 산물) 이게 읽을만하다. 

 

이곳에 사시는 분에 따르면, 이런 용천수가 예전에는 더 많았는데 모래에 덮였다고 하고

예전엔 아이들이 여기에 빠져 죽은 적도 있었다 한다. 섬뜻섬뜻!

 

위 기사를 보면 가물개물 맴돌이 현상 사진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검은 모래 위에서 빛나는 바다는 더 색다르게 반짝인다.

검은 모래는 여러 가지 의학적 효과가 있다고도 하는데

꼭 그렇지 않다고 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멀리서 보면 물이 탁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반짝이는 바닷물이 검은 모래 덕분에 더 신비롭다.

 

 

길을 잃어서 맥 빠져 있던 하루의 끝,

이미 좋아하고 있던 삼양검은모래 해수욕장에 더 끌리게 되는 비밀(?)을 보고 나니 

갑자기 활력이 돌았다. 제주의 자연은 정말 빠져나오기 어려운, 끝이 없는 매력이 있다.

알면 알 수록, 보면 볼수록 더 깊어지는 매력이다. 

 

그렇기에, 한 번 보아서는 안되고, 

아침에만 보아서는 안되고,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보고,

아침이건 오후 건 저녁이건 다시 보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그렇게 아름답고, 

 

또 나는 하나 더 배우고, 한 뼘 더 좋아하게 되는,

이곳이 참 좋다.

 

회의적인 인간인지라 이렇게 점점 더 좋아지는 것을 찾기 어렵기에 반갑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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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찾은 사려니숲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