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한 걸음

[2021.6.23] 제주 올레 10길 나머지 절반 - 송악산 주차장에서 화순금모래 해수욕장까지

Matika 2021. 7. 19. 23:35

제주 올레 10길은 6월 13일 하모체육공원에서 송악산까지 걸었고, https://matika.tistory.com/96?category=933711 

 

6월 23일, 드디어 나머지 못 걸은 길을 완주하기 위해 송악산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동광 환승정류장에서 버스를 갈아타는 일정으로 해서 6월 13일 왔었던 산이수동 정류장으로 향한다. 남은 10길은 용머리 해안과 산방산이 있어서 아주 화려한 밥상을 받은 듯한 느낌이다. 용머리 해안 따로, 산방산 따로 소풍을 와도 좋을 곳이다. 올레 10길을 걷는데 굳이 용머리 해안을 거치고 산방산까지 오를 필요는 없지만, 그냥 몰라라 하고 걷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올레 10길은 절대 하루 만에 걸어서는 안되고, 느긋하게 봐야 한다. 

 

 

동광환승정류장에서 버스를 갈아타는데 제주 4.3 유적지 무등이왓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6월 13일에 귤 까먹으며 소풍을 즐겼던 곳이다.

송악산을 다시 오르고 싶은 생각도 있었으나, 일단 오늘은 올레 10길 완주 도장 찍는 것에 의의를 두고 

산이물 표지석을 마주하고 과감하게 왼쪽으로 돌아 걷기를 시작한다.

 

 

 

제주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지평선과 수평선을 향해 걷기를 할 수 있다는 점. 

시야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확 트이는 기분이 시원하다. 

 

 

멀리 형제섬이 보인다. 

 

 

 

어찌어찌 걷다 보면 산방산이 보인다. 

산방산 주변에는 바이킹 같은 놀이시설을 갖춘 테마공원도 있다. 

매우 어색하다. 

 

 

 

하멜상선전시관은 건너뛰고, 

 

 

 

용머리 해안과 산방산 입장권을 끊고,

올레 10길 화살표가 가리키지 않는 방향으로 걷는다.

여기까지 왔는데, 용머리 해안을 안 보고 갈 수가 없지.

 

오랜 시간동안 층층이 쌓인 화암석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해안이 짧지는 않지만, 걷기에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그런데 사람이 많아서 용머리 해안가에서 조용히 소풍을 즐기기에는 좋지 않고, 

 

용머리 해안을 나와서 송악산 올라가는 길에 있는 산방연대쯤에서 휴식을 취하면 좋다. 

산방산은 입장권을 샀는데, 왠지 오늘 10길을 완주하지 못할 것 같아서 못 올라갔다 ㅠㅠ 

나중에 다시 산방산에 가야 한다.

 

암튼 아래는 용머리 해안에서 찍은 사진

 

 

 

여기는 마치 페트라의 일부를 보는 듯하기도 해서 더 인상 깊다. 

 

 

바다색이 참 아름답다. 

사람이 많이 없으면 여기쯤에서 좀 쉬어가도 좋겠다 싶었는데, 

방역수칙을 지키고 싶어서 서둘러 용머리 해안을 벗어났다.

사람이 많았다.

 

올레길 위에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관광지에는 사람이 제법 많다.

휴가철이 시작되고 있긴 하나보다. 

 

 

산방연대에서 보이는 풍경 -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 방향으로 난 도로는 버스를 타고 자주 다니던 길이어서 친숙하다.

산방산 다시 와봐야 하는데, 요즘은 비가 어마 무시하게 오거나 태양이 너무 위협적이어서 

저녁이나 늦은 오후 동네 산책만 하고 있다.

날씨 때문에 아쉽긴 하지만, 9월과 10월까지 제주에 있기로 해서 정말 다행이다. 

초조해하지 않고, 인연이 닿고 시간과 환경이 이끄는 대로 ^^

 

 

이 주변은 살짝 버려진 곳 같기도 한데, 나름 운치 있다.

올레길에서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지만, 

길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변에는 이른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 근처는 저 항구 때문인가... 좀 그냥 그랬다. 

 

 

하지만, 올레 9길 종착지로 만났던 동네에 다시 와보니, 겨우 두 번째 와 본 것뿐인데도 반갑다. 

저 부두 슈퍼를 중심으로 우측에 제주올레 센터가, 

그리고 좌측으로 10여분 걸으면 안덕농협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괜히 반가워서, 여기도 와 봤지, 이 집도 기억나지, 이렇게 아는 척을 하며 10분을 즐겁게 걷는다.

 

 

 

올레길의 종착점이 다른 길의 시작점이 되기 때문에 

이렇게 반가운 동네들의 수가 많이 늘어났다. 

괜히 나 혼자 아는 척하며, 돌담에 말을 걸고, 지붕에 눈인사를 보내며 걷는다. 

 

구석구석 제주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올레길을 걷는 매력이 더해진다. 

다시 와 보고 싶은 길을 걷느라,

나는 10월까지 이곳에서 지내도 

올레길 26코스를 다 완주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하지만, 싫지 않은 예감이 든다. 

 

다 완주하지 못해도, 구석구석 친구를 많이 만들어 놓고 떠나는 기분일 테니

후회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