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7.9] 1년 놀아도 안 죽어-띄엄띄엄 제주걷기 4: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오늘을 잘 살겠다
작년 여름, 가족 카톡방에 부모님께서 사전연명치료 의향서를 제출하고 오셨다는 말씀을 하셨었다. 친가, 외가 조부모님 모두 돌아가셨기 때문에 부모님을 포함한 우리 가족은 가까운 가족의 죽음과 장례 형식에 대해서도 각자 느끼는 바가 있었고, 무엇보다 생명의 마지막 호흡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어디서 보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 - 늘, 거의 매일 생각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나도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꼭 연명치료에 대한 나의 의사를 정신 멀쩡할 때 작성해두어야지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7월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서귀포지사를 방문해서 작성하고 왔다. 연명치료의향서 등록은 본인 확인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방문해서 제출해야 한다고 한다.
우선, 연명치료의향서 처리가 가능한 기관을 아래 홈페이지에서 검색해야 한다.
https://www.lst.go.kr/main/main.do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제도소개, 작성 가능기관 찾기,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기록 열람, 교육안내
www.lst.go.kr
그리고 나서, 전화로 미리 확인 후에 방문을 하라고 하는데, 전화연결은 죽어도 되지 않는다. 20분 넘게 대기를 했는데도 연결이 되지 않아서 그냥 찾아가야 했다.
내가 지내고 있는 지역에서 제일 가까운 등록기관은 건강보험공단 서귀포 지사였다. 서귀포 신시가지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올레 7-1길 가는 길에 한 번 지나쳤던 곳이라 익숙하다.
코로나 때문에 재택하시는 직원들이 많은지 빈자리도 많이 보인다. 다행히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해서 연명치료에 대한 책자도 받고, 설명도 듣고, 아래와 같은 의향서에 서명도 해서 제출하는 것으로 끝. 연명치료에 대한 마음이 정해져 있다면 전혀 복잡하지 않다. 연명치료 여부는 언제든 본인이 직접 와서 다시 취소할 수도 있다.
본인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12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 8조에 따라 위와 같은 내용을 직접 작성하였으며,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경우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며칠 후, 의향서가 등록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사이트에 접속해서 내 정보를 확인해봤다. 나의 사전연명치료 의향서에는 등록기관 주소로 제주도 서귀포시 신서귀로 주소가 적혀있다. 훗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임종의 즈음에 이르러 연명치료 의향서를 조회할 일이 생기게 되면, 올 한 해 2021년도 제주에서 보낸 시간들이 더 특별하게 떠오를 것 같다. 그렇기에, 오늘 하루를, 그리고 하루씩 하루씩 잘 살면서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 죽음을 묵상하는 것은 결국 삶을 잘 살아내야 하는 여러 가지 질문들 중 하나에 답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