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일 없이 산다
[2021.2.23] 경주에서 처음 쓰는 일기
Matika
2021. 2. 24. 01:00
- 왜 이렇게 게을러졌을까. 예전에는 정말 일기를 일기답게 매일 썼는데... 요즘은 그게 잘 안된다. 나이 탓은 안 하려고 한다.
- 어느새 경주에 온지도 10일이 다 되어간다. 경주에 있는 동안 날씨가 참 변덕스러웠다. 한 낮 기온이 영하 12도에서 영상 24도까지...... 다행히 가볍게 입을 수 있는 겉옷과 신발을 가져오긴 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두꺼운 오리털 잠바와 두툼한 털이 따뜻한 막강무적 겨울 신발은 무거운 짐이 될 것 같다.
- 검색해보니 당일로 다녀오는 사람도 제법 되었고, 주요 유적지만 살펴보는데 3박 4일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나는 여행과 살아보기의 중간쯤 되는 체류가 목적이다. 실제로 여태까지 10일 동안 돌아다녔는데도 지도를 보면 절반 정도 밖에 못 본 것 같다. 물론 졸리면 잠깐 숙소 들어와 낮잠 잔 적도 있어서 시간을 잘 활용했다 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또 그게 목적이었다. 계획 없이 그냥 산책하듯 다녀오기.
- 차가 있어야 구석 구석 다 돌아볼 것 같다. 경주 전체에 뭔가가 있다. 날씨가 좋았다면 돗자리 깔고 낮잠이라도 자다 오면 딱 좋을 곳도 참 많다. 연못이 이렇게 많은지도 몰랐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는 대체 뭘 보고 간 걸까.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없었던 경주가 참 친근하게 다가온 시간이다. 도시 곳곳 야경도 신경을 많이 썼다. 물론 조명의 색감이 모두 맘에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 차 없이 도보로 다녔기 때문에 1시간에 많아야 2번 운행하는 주요 유적지 노선인 10번과 11번 기다리느라 버스 정류장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덕분에 웬만한 버스노선과 서라벌 사거리니 내남 사거리, 중앙시장, 남천, 형산강 등 지명과, 숙소 중심으로 골목골목 익숙해진 것들이 많다. 포석정에서 동궁과 월지까지 산책 겸 걷기도 했다. 이제는 경주 주요 관광지 위치들이 눈 감으면 스르륵 자동으로 그려진다.
- 물론 코로나때문에 길을 나서는 것이 걱정이 많이 되었다. 특별히 더 주의했다. 마스크 착용은 당연히 기본. 혼자 다니고 있고, 다중이용시설은 아예 피했고, 음식을 먹을 때도 가능하면 포장해서 숙소에 와서 먹거나, 붐비는 식사 시간을 피해서 한가할 때 식당을 이용하거나 버스 탈 때도 사람 많을 때는 돈이 좀 아까웠지만 택시를 탔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했다.
-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세계역사 연대표를 보면서 신라와 삼국시대에 다른 대륙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다. 하지만 황리단길 예쁜 카페들을 그냥 지나쳐야 했다는 것은 여전히 아쉽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두어 시간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이 많았는데... 하지만 타협할 문제가 아니니 마음은 쉽게 접어졌다. 숙소에서 마셔도 좋았다. 유튜브에는 방을 카페로 만들어준다는 음악 채널이 많으니 테이크 아웃해와도 그럭저럭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경주에서 좀 더 살아볼까 싶지만, 이번은 일단 여기까지. 엄마는 아직도 멀쩡한 집 놔두고 왜 자꾸 나가 살려고 하느냐 하시지만, 20년 가까이 '나 혼자 산다'였기 때문에 아무리 반가운 엄마라도 불편하게 느껴지는 순간순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내 인생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를 1년 간의 휴식을 정말로 내 맘대로 살아보고 싶어서, 어디서 살면 좋을지 계속 알아보고 있다. 이 빌어먹을 코로나 때문에 발목 잡힌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수고하고 애쓰시는 분들이 많으니 민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조심조심, 늘 조심조심!
[덧붙이기]
- 세계역사연대표는 검색해보면 비슷비슷한 자료들이 엄청 많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앙코르와트는 언제 만들어졌나 궁금한 경우, 이 연대표는 도움이 안 된다. 구글 검색 따로 해야 하지만, 암튼 이런 연대표를 염두에 두면서 유적지를 다니면 재미가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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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 연대표
세계 역사 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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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길게 걸었던 산책길 - 포석정에서 동궁과 월지 (약 5.3 km) 걸을만하다.
- 유적지에 대한 정보를 들려주는 앱이 있다. ODII - www.odii.kr/smarttour_web/webguide/main
나의 관광 오디오 가이드 오디
홍건익 가옥 서울 종로구 이 가이드는 김영하님의 목소리로 녹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중인들이 모여 살던 서촌은 다양한 시대를 대표하는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그 중 ‘홍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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